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 나의 하루를 반성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물 한 잔 마시는데 - 10분.

 

제일 싫어하는 과목 공부하고 - 1시간.

 

먹고 - 10분.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 걸아가면서 아침에 공부한 내용 생각하고 ) - 5분.

 

버스 안에서 국어 교과서 외우고 - 30분.

 

학교에 가자마자 아침에 공부한 내용 다시 보고 - 20분.

 

아침조회 시간에 영어 단어 외우고 - 30분.

 

1교시, 수업 내용 스스로 외워 가면서 공부하고 - 50분.

 

쉬는 시간,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 복습 - 10분.

 

2, 3, 4교시를 1교시처럼

 

점심시간, 점심 빨리 먹고 - 10분.

 

남은 점심시간 1,2,3,4교시 복습 - 40분.

 

5,6,7,8교시, 1교시와 마찬가지로

 

수업끝난 뒤, (실컷, 집중적으로) 놀고, 먹고 - 1시간.

 

씻는 시간 - 10분.

 

다시 책상에 앉아서 5,6,7,8교시 복습 - 1시간.

 

계획했던 공부 - 4시간.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외운 공식 다시 상기하고 - 30분.

 

집에 책상에앉아서 하고 싶은 공부 - 2시간.

 

나는 이렇게 매일 18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진했다. 잠자리에 들어서 나는

 

그날 내가 한 것을 반성했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 시험점수가 얼마나 오를 것이냐 " 는 아니었다.

 

" 오늘, 나는 나의 청춘을 제대로 살았는가? 나의 인생의 소중한 시간 중에

 

무의미하게, 무의식의 상태로 쓰레기처럼 버린 시간은 몇 분이나 되는가?

 

오늘의 모든 시간이 정녕 나의 의식과 함께 했는가?

 

모든 시간의 주인이 진정 < 나 > 였는가? "

 

나는 나 " 한석원 " 으로 오늘을 살았는가, 라는 이 질문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매일 냉정하게 반성을 해도 버려진 나의 시간은 언제나

 

한 시간 이내였다. 나의 고3 시절은 인생에 있어 그 어떤 시절보다

 

내 자신에게 충실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시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 전 세계의 수험생 중에서 누구도 그때의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수는

 

없다! 더 하는 인간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

 

말도 안 되는 자부심이지만,

 

이것은 지금도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자기 확신 같은 것으로 남아 있다.

 

나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3이 되었을 때, 다른 수험생처럼 큰 숙제를

 

떠안은 듯 걱정이 많았다. 그때까지 하고 싶은 것만 열심히 했던 나쁜 습관때문에

 

수학과 물리를 제외하면 제대로 공부해 본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은 한 과목만 보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피할 데가 없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수학과 물리를 제외한 전 과목을 정면 돌파하자는 것이었다.

 

좋은 책을 골라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는 시간도 아깝다고 여겼다.

 

나는 무조건 책을 한 권 골라잡았다. 그렇게 한 권을 붙잡으면 싸우고 또 싸웠다.

 

그 책에서 모르는 것이 단 한 줄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복습에 또 복습을

 

했는데, 그렇게 전 과목을 한 권씩 독파하고 나니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남들은 몇 권씩 문제집을 푼 상태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개념조차 없으니 풀 수 없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고나 할까.

 

5개월이 지난 뒤에는, 이제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전 과목 참고서를 또 한 권씩 샀다. 이때는 처음 봤던 책을 옆에 두고,

 

그때 공부할 때 메모해 두었던 요점을 읽어 보며 문제를 풀었다.

 

두 번째 책을 보는 방법도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전 과목에 걸쳐 단 한줄도

 

모르는 부분이 없어질 때까지 독파하자. 이번에는 두 달이 걸렸다.

 

세 번째 채을 사서 맨 처음 봤던 책의 메모를 보면서 전 과목을 보는 데

 

한 달.

 

네 번째 책을 사서 다 보는 데 2주.

 

다섯 번째 책을 사서 다 보는 데 1주.

 

여섯 번째 책을 사서 다 보는 데 1주.

 

일곱 번째 책을 사서 다 보는 데 4일.

 

여덟 번째 책을 사서 다 보는 데 4일.....

 

이렇게 하고 나자 이제는 서점에가 봐도 더 이상 볼 책이 없었다.

 

시중에 나외 있는 책에서 모르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시간은

 

한 달이나 남아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대해 쓰려 했는데 몇 줄에 끝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단순한 방법이라서 수험생들이 쉽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몇 줄의 방법대로 공부하느라

 

나는 손가락의 근육이 잘못되었다.

 

학원에서 나를 본 학생들은 알겠지만 나는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연필을 잡는 것처럼 잡으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글씨를 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가 연필로 문제를 푸는 것을 처음 보는 학생들을 매우

 

당황해한다. 이상하게 손가락을 꼬아 가며 나만의 방식대로 연필을 잡으니 말이다.

 

보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내게는 내 인생의 치열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 자랑스런 불편 " 이다.

 

나는 이만큼 치열하게 공부를 하면 뇌의 구조가 바뀐다고 확신한다.

 

아무리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만큼 노력한 사람이라면

 

생각의 질서가 바뀌게 되어 있다.

 

생각의 질서가 바뀌고 생각의 폭과 깊이가 바뀐 사람은 문제를 읽고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속도가 바뀐다. 그래서 성적이 바뀐다.

 

점수 몇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만큼 바뀐다.

 

전교 500명 중 300등이었던 사람이 전국의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갈 수 있을만큼 바뀐다




저는 이번 2010년도 입시에서 서울대학교 특기자전형으로 경영대학에 합격하였습니다.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총합 707점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특히 고3 때는 홀로 고민도 많이 하고 좌절도 겪었는데, 앞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여러분들에게 제 경험이 도움이 될까 하여 수기를 적어봅니다.


1. 시작하기 앞서

합격수기에 관심을 갖고 읽는 사람들 중에는 학부모님이나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 학생들이 열혈독자층을 이루지요. 그런 고3 친구들에겐 아쉬운 말이지만 입시는 1년 만에 뚝딱하고 결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수시모집이든 정시모집이든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외의 경우에 주목하곤 합니다. 고3 1년 동안 불타오르게 반짝 공부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사례들이 바로 그 예외의 경우지요. 하지만 수능시험 범위는 ‘고3 때 배운 것만’이 아니고, 대학 수시모집에서 대학들이 평가하는 활동 내용은 ‘3학년 때 한 것만’이 절대 아닙니다. 수능은 고등학교 3년, 나아가 의무교육과정 때 배운 내용들을 함께 평가하는 만만치 않은 시험이기 때문에 기초가 없으면 매우 힘듭니다.

대학 수시모집에서도 학생을 평가하는 내용은 학교와 전형마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대부분 3년간의 기록을 모두 참고하기 때문에 역시 단기간에 자신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1년만 하고 끝내버린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보통내기로는 절대 안됩니다.

이 수기를 읽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학부모님께서는 자제분에게 “죽을만큼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네 모습이 나는 좋다”고 격려해주시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지금 배우는 것은 충실하게 익히자. 여유를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라고 마음먹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조바심 내지 말고 내 목표와 내게 필요한 것을 뚜렷이 생각하자. 중간에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그냥 수기를 마저 읽고 고개 한번 끄덕이면서 공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덤덤하게 공부하는 자세가 버릇이 되면 됩니다. 죄책감에 공부를 시작한다거나,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하기 싫은데도 책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슬금슬금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 문턱까지 가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를 대학으로 보내세요. 물론 이를 악물고 억지로 공부하는 일련의 과정을 버릇처럼 굳힌다면 역시 합격에 부쩍 가까워지게 될 것입니다.
공부는 어느 정도 당위감을 갖고 자연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안 할 때에는 자신을 닦달해도 좋고
이왕 닦달할거면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세요. 어떻게 자연스럽게 공부를 해야 합니까? 그건 동기를 가지면 됩니다.

동기는 학생 본인이 찾아야 합니다.


2. 수시 합격을 향한 문워크

수시에도 대학마다 수많은 전형이 있고, 전형마다 요구하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이 다릅니다.

그러나 학생부성적의 반영비율이 큰 전형은 거의 내신 성적 순서대로 합격이 결정되고, 최근 주목받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이기 때문에 이를 위주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경험한 특기자전형에도 입학사정관제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중없고 알기 힘든 전형’으로 생각되어 소위 ‘카오스’라고도 불리기까지 하니까요.

㉮ ‘스펙’을 쌓으려면 지원학과의 전공과 관련되게
미대 교수님 앞에서 자신의 탭댄스 실력을 자랑하지 마세요. 경영학과 교수님 앞에서 불어로 시를 읊지 마세요.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일찍 구체적인 장래희망과 진로계획을 세워서 입시에 임하라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자신이 장차 하고자 하는 일에 열의를 보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싫어할 교수님이 계실까요? 저는 경영학과에 지원하려고 학교 경제 공부 외에도

혼자서 경제 신문을 읽기도 했고 각종 경제, 금융, 증권 관련 경시대회에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경제 이해력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고, 온라인 금융교육 프로그램과 모의투자대회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이것이 분명히 수시모집 합격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스펙’은 초점을 잘 맞추어 세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나’를 보여줘

공장에서 찍어 낸듯한 토플과 토익, 텝스 등의 어학성적, AP 성적과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이 한 인간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에는 학생 각자가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이 아쉽습니다. 꼭 남들이 하는 것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신문방송학과가 가고 싶다면 스스로 방송 모니터링을 하거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글을 쓰는 활동을 해도 좋고, 정치학과에 가고 싶다면 국가 권력기관 견학을 다니면서 보고서를 써도 좋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남들이 하지 않는 의미있는 활동을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주제와 맞추어 해보는 것은 대학이 ‘나’를 선발하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중학교 때 경영학과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 때부터 각종 상금 및 세뱃돈을 모아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투자일지를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5년간 투자일지를 작성하여 경영학과 특기자 모집 지원시에 서류로 제출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공부한 금융 및 경제상황 인식은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리고 수능 공부와 병행하기엔 좀 버거웠던 기본적인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똑같이 한 학생이 같은 모집단위 안에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합격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은 수도 없이 많고, 여러분은 모집단위 내에서 얼마든지 ‘주목할 만한 학생’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 열쇠는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정돈된 긴 줄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법은 스스로 한 걸음 내딛는 방법뿐입니다.

㉰ 능구렁이처럼 수시와 정시 함께 가기

수시는 수시 따로, 정시는 정시 따로 준비하는 것이 너무 벅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꼭 따로따로 구분지어서 준비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합쳐서 준비하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저는 이번 수능에서 경제 과목 50점을 받았습니다. 수시모집을 대비하며 경제 관련 이해력시험과 경시대회, 인증시험을 공부했던 것이 사회탐구 과목 중 가장 어려웠던 경제 과목에서 만점을 받는 데에 도움이 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애를 먹었던 국사 과목도 47점으로 선방했는데, 이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텝스 등의 어학 시험공부를 했던 것이 수능 외국어영역 고득점을 맞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수학 경시대회에 간간히 참여했던 것 역시 수리영역 고득점 획득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수능영역과 非수능영역이 나뉘어있지 않은 이상 모든 것을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시 준비를 할 때에도 학력신장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 준비하고, 이것이 훗날 수능이라는 한 방 싸움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꼼꼼히 하다보면 수시도, 정시도 모두 승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능구렁이처럼 수시와 정시를 구분하지 않고 학습하는 것이 바로 합격을 향한 문워크이며 무빙워크입니다.

㉱ 내신 버리지 마요

수능은 하루에 끝나지만 학교 시험은 3년 동안 12번을 봅니다.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12번의 시험 성적은 절대 무의미한 것이 될 수가 없지요. 수시모집에서는 어떤 대학이든 지원자의 학교성적을 참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신을 꼼꼼히 준비하다보면 분명히 수능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수능에서 주로 물어보는 것은 고등학교 교과과정 내에서 배운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기회비용이 큽니다. 다만 문제가 너무 이상하고 준비하기가 벅차며 내가 가고자 하는 대학이 내신에 비중을 덜 둔다 싶으면, 적당히 하세요. 필요에 따라 하시되 절대 포기하시지는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길게, 기이이이이이일게

활동의 지속성은 지원자의 열의와 성실함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간헐적으로 시간 채우기식으로 한 것과, 진지하게 한 장소에서 뭔가를 이루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진득하게 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심분야에 대한 공부도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공부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바로 대학이 원하는 지원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봉사활동이든, 학습활동이든, 아니면 기타 동아리 활동이든 꾸준하고 성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봉사활동은 한 주제있는 활동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청소년 유해환경 차단 역할을 하는 동아리 봉사활동을 1년 반 동안 했고, 부회장 활동도 했으며,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추천서를 받았습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다는 것은 단발성 이벤트식 ‘스펙’보다 훨씬 주목받는 나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이 제가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드리는 조언입니다.

꼭 이대로 해야 하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러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드리는 팁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반드시 명심하셔야 할 점은, 대학이 원하는 합격자의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스스로 고민해보는 지원자의 모습 자체가,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선발하고 싶은 지원자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도전하세요. 자신도 모르게 합격에 가까워집니다.


3. 정시 합격을 향한 질주

㉮ 과목 시간 안배

많은 학생들이 과목 시간 안배에 실패하곤 합니다. 한 과목에 올인하는 모험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마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언수외탐을 모두 공부해야 합니다. 언어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서 ‘언어의 신’이 되고, 수능 출제위원만큼의 관록을 지니게 되었다고 해도 나머지 과목을 잘 못보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적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이 때 자신이 더 올려야 하는 과목에 무게를 더 두되, 전체 학습 균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수리영역이 많이 약했기 때문에 언수외탐(국사)탐탐탐 비중을 1:4:1:2:1:1:1 로 했습니다.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어떤 과목이든지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모의고사는 진짜 또 나와

평가원 모의고사를 주목하라는 강사님들의 말은 신뢰하셔야 합니다. 정말 나왔던 문제가 슬쩍 바뀌어서 또 나옵니다. 기출문제를 무작정 풀기보다는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생각해가면서 분석하십시오. 분석하는 것도 좋은 선생님들이 많으셔서 대부분의 평가원 모의고사는 이미 분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능 보기 전에는 7차 교육과정 평가원 문제는 빠짐없이 맛보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 과목별 팁

공부 방법이나 과목 내용은 상세하게 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교수법이나 강의 노하우, 개념에 대한 체계적 이해는 10학번의 신입생이 오랜 경력의 각 과목 강사님들을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수능 과목별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언어]

- 감으로 풀면 안 됩니다. 점수 기복이 심하고 한 순간에 점수가 폭락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 언어는 논리력 싸움입니다. 왜 답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문제 푸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 시간 조절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9월 평가원부터는 반드시 시간 맞춰서 푸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 문제는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해서 문제 읽을 시간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저는 듣기, 쓰기, 비문학, 문학 순서로 풀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알려줬더니 다들 이 방법이 좋다면서 이렇게 풀더군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문학이 헷갈려서 시간소모가 많은 분들은 아마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겁니다. 3학년 6월 모의고사 이후 이 방법을 선택했고 성적은 계속 올랐습니다.
- 마킹도 이 순서대로 파트별로 하시면 한 파트 끝날 때마다 한 숨 돌리고 다시 집중하기 좋습니다.
- 시가 문제 풀 때는 문제를 먼저 봅니다. 문제는 개별적인 것(ex. [가]시에 대한 내용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을 먼저 풀고, 묶어서 묻는 것(ex. [가], [나], [다]의 공통점으로 알맞은 것?)을 나중에 풉니다.
- 답은 자꾸 고치지 마세요. 웬만하면 처음 답으로 갑시다. 자세한 내용은 말콤 글래드웰의 Blink를 참고하세요.
- 양치기(무조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는 자폭입니다.
- 오답노트는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평가원 문제를 풀고 또 풀고 또 풀고 하셔야 합니다.
- 문제에서 묻고 있는 내용을 한 단어로 정의해보는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리]

- 식을 깔끔히 적는 것은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시간을 남겨서 검산을 여러 번 할 수 있게 되면 실수로 날리는 점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암산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깨어있는 머리로 꼼꼼하게 암산할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다만 대부분 급한 마음에 틀리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 막히는 문제는 붙잡고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못 풀었다고 해도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계속 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시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가 나중에 돌아오시면 거짓말처럼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도 안 풀릴 때는 문제를 다시 읽어 보세요. 모든 조건은 문제에 있습니다. 혹시 잘못 본 것은 없나 다시 확인하세요.
-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개념이 전부입니다. 개념도 완벽하고 문제도 많이 푼 것 같은데 만족할 만한 점수가 안 나온다면 다시 개념을 점검하세요. 심화해서.
- 양치기(무조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는 자폭입니다.
- 무엇을 물어보는 문제인지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 오답노트는 되도록 평가원 모의고사 또는 교육청 모의고사 문제만 만들 것을 권합니다. 다시 볼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저는 만들어 놓고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외국어]

-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 계속 나온다고 해서 손을 놓으시는 건 모험입니다.
-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 점수가 쭉쭉 오릅니다.
- 강사님들이 점수를 쑥쑥 올려주십니다. 믿고 따라갑시다.

[사회탐구]

- 인강의 효과가 아주 큰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메가스터디 강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정말 복습을 안 하면 거짓말처럼 많이 까먹습니다.
- 강사님들이 시키는 대로 하시는 것이 점수 올리기에 가장 수월합니다.
- 양치기는 자폭까지는 아니라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이 약한 부분의 개념을 보충하는 공부방식이 효과가 큽니다.
- 과목을 자꾸 바꾸지 마세요. 그래도 오래 공부하면 점수가 잘 나옵니다.
- 국사에 함부로 도전하지 마세요. 주변에서 후회한 친구만 10명은 본 것 같습니다.
- 여태까지 수능을 보면 역사 과목은 공부하기가 편한 대신에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안타깝게 나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 난이도가 높아진 경제는 오래 해도 끝까지 애먹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안되겠다 싶으면 무리해서 경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 여름방학 때만 공부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정말 힘드니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제2외국어]

- 제도의 수정이나 대학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보통 인문계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권할 만한 과목은 아랍어입니다.
-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특목고 학생들도 아랍어 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명심하세요. 제2외국어가 사탐 한 개보다 오히려 비중이 조금 더 크고, 망치면 매우 타격이 큽니다.


㉱ 최고의 수능을 위해!

수능은 딱 하루에 끝나는 시험이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수능은 학생 대부분에게 지금까지 치러왔던 어떤 시험보다도 영향력이 큰 시험이기 때문에,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당일 컨디션 조절이나 순간의 선택을 잘못해서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능 당일 최고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험생이 버려야 할, 또는 길러야 할 습관과 수험생 컨디션 조절 방법에 대한 칼럼이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1년 내내 넘쳐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내용 중에서 제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몇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으로서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잠]

수능 전날, 혹은 모의고사 전날에 잠을 설치는 수험생은 반드시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잠을 곧잘 설치는 학생은 수능 전날에도 편히 잠들기는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제 경우에도 수능 전 2주 동안 12시 취침, 6시 기상 습관을 들여놨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전날에 9시에 자리에 누워 계속 잠들지 못했습니다. 잠 못들 때를 대비해 사놓았던 수면유도제를 먹고 나서 바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별 문제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수능 시간에 맞춰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잠을 자기가 수월합니다. 잠을 설칠 때를 대비해 깬 후에 졸음현상이 없는 수면유도제를 의사 상담 후에 처방을 받아서 구비해놓는다면 더욱 안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면유도제를 수능 전날에 처음 먹는 일은 없도록 그 전에 수차례 시험복용 해보고, 다음날에 졸리고 나른함이 없는지 확실히 점검해 두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자신만의 ‘곧장 잠드는 비법’을 만들거나 잠드는 연습을 해놓는 것이 수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음악]

자신이 집중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없다면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시끄러운 음악을 항상 듣고 있다 보면 시험을 보다가 머릿속에서 소리가 맴도는 현상을 겪기 쉽습니다. ‘설마 수능을 보는데 평소에 문제 풀면서 음악을 좀 들었다고 그렇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제가 모의고사를 볼 때 항상 겪었던 일입니다. 그래서 전 고3 여름방학 이후 음악을 들으면서 문제 푸는 습관을 고쳤고, 9월 모의고사부터는 웅웅대는 음악소리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명심하세요! 수능은 이른 아침부터 밖이 컴컴해질 때까지 종일 보는 시험입니다. 그 동안 수험생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잡스런 생각이나 환상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킹]

마킹은 실력입니다! 저는 여름방학 전까지만 해도 거의 매 모의고사에서 하나씩 마킹 실수를 했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나서도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거의 한 달을 불안하게 보냈습니다. 수리영역 한 문제 마킹을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마킹을 모두 제대로 했지만, 제 주변에는 언어영역에서 5문제나 더 틀리게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재수하게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마킹 실수를 곧잘 하는 학생들은 절대로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보다 마킹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수능은 시험지를 보고 채점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저는 언어영역을 한꺼번에 풀고 마킹도 한꺼번에 하다가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파트별로 풀고(듣기-쓰기-비문학-문학 순서) 한 파트마다 마킹하는 방법을 뒤늦게 택했습니다. 번호를 똑바로 확인하고 마킹하기에 그 이후로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꼭 이런 방법이 아니라도 반드시 마킹을 똑바로 할 만한 자신만의 법칙이나 습관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확한 마킹을 절대수호하세요!

[당일 트러블]

수능 당일 수험생의 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 경우에는 두통이 심했습니다. 마침 가지고 갔던 두통약을 한 알 먹고 나서 그럭저럭 시험에 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뜻밖의 몸 상태 악화를 대비해 진통제나 설사약, 두통약 등을 꼭 챙기셔야 합니다.

[비 쿨! 쏘 쿨!]

제가 고등학교 3년간 수능을 준비하고 또 시험을 치르면서 느꼈던 것은, 수능은 쿨한 마음으로 승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능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도 3년간 무수한 모의고사와 학력평가를 치르면서 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수능에서는 정말 쿨해지자고 마음먹고 흘러가는 대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모르는 문제는 붙잡지 않았고, 이미 끝난 지난 영역의 시험에 집착하지도 않았으며, 친구들과 답 맞춰보는 데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에게 주어진 문제만을 집중해서 묵묵히 풀어나갔습니다.

3년 동안 제일 쿨하게 본 시험이었습니다. 물론 수능 때까지 막판 스퍼트를 올려서 타이트하게 공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3년 동안 본 시험 중에서 총점 490점을 넘긴 시험은 수능이 유일했습니다.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는 단어이지만 ‘쿨함’은 수능 시간 관리와 집중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부담을 떨쳐버리면 머리는 더 가벼워집니다.


4. 수험생 모두에게

합격을 향해 달려나가는 노력하는 수험생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꼭 명심하셨으면 하는 것들입니다.

㉮잠은 꼭 충분히

자면서 기억이 정리되기 때문에 ‘공부할 때에는 충분한 수면은 필수’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정말 급하다 싶을 때에는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눈이 빨개지도록 졸음을 참으면서 공부해도 대개는 보잘것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고 또렷한 정신으로 공부한 내용은 수능이 끝나고 입시가 끝나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최소 6시간은 주무세요. 사람마다 수면시간은 다르니까, 충분히 자야 공부가 된다는 사람은 몇 시간 더 자도 됩니다. 깨어있는 시간에 공부하면 됩니다. 내게 꼭 필요한 수면시간을 줄인 만큼 머릿속에서 공부했던 내용이 날아가 버린다는 생각으로 몸과 머리에게 쉴 시간을 주세요.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세요

공부 잘하는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어리석은 짓은 마세요. 하루에 3시간만 공부해도 꾸준히 반 1등을 하는 겉보기에 천재같은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한숨 쉬지 마세요. 우리는 태어날 때 전부 다르게 태어났고 살아온 과정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다만 비교해야 할 것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 미래의 자신의 모습입니다. 저는 친구와 경쟁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린 후에 정말 편하게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대신 예전의 나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면 그건 지금의 내가 멍청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교의 기준을 타인으로 잡으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어떨 때는 우울해지며 심지어는 노여워지기도 합니다. 평정심을 갖고 자신을 발전시키세요.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에 젖거나 거만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이 끝판왕은 아니잖아

2008년 통계청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76.5세이고 여성의 평균 수명은 83.3세입니다. 삼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대개는 50~60년은 넉넉히 더 사는 셈이죠. 그러니까 모든 공부의 초점을 대학의, 대학을 위한, 대학에 의한 것으로 맞추지 마세요.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했다고 해서 최대의 성공을 이룩한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수능을 망쳤다고 해서, 대학의 모든 입학전형에 떨어졌다고 해서 인생이 멈춘 것은 아니겠지요. 멀리 보고 공부하세요. 저는 수능과 대입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큰 장애물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 입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대입을 위한 시간’이 아닌 ‘나를 가꾸는 시간(특히 지적으로)’이 되도록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인강

인터넷 강의의 힘은 엄청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학교까지 매일 왕복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 때 인터넷 강의를 들었던 것이 시간을 많이 아껴줬습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는 해설강의를 봤고, 혼자서 예전 기출문제를 풀고 나서도 해설강의를 봤습니다. 이런 건 공짜니까 막 봤습니다.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문제를 풀고 채점하는 것과 강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문제풀이 방법도 인강을 통해 배웠습니다. 수능이 닥쳐와서 급히 봐야 할 때는 2배속을 해서 봤습니다.

인강을 과연 몇배속으로 들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이 편한 속도대로 들으면 됩니다. 다만 강의를 자신이 흡수하고 실력을 키우면 됩니다. 인강을 듣는 방법론과 강사 선택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강을 듣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열심히 들으세요. 안 듣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저는 인강에 매료되어 고3 내내 오프라인 사교육 강의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후회한 적도 없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 각기 장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 압도적으로 큰 듯합니다. 컴퓨터를 키고 딴 짓을 많이 하는 학생들에게는 동영상 재생기능만 있는 중고 PMP를 사다가 인강을 들어볼 것을 권유합니다.

㉲공부량에 대한 집착을 버리세요.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는지 스탑워치로 재보시나요? 하루에 수학 몇 문제를 푸는가 세어보시나요? 혹시라도 그러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수능이 하루에 17시간 공부한 사람이 만점 맞는 시험이 아니고, 대학이 문제를 가장 많이 푼 사람을 반드시 뽑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멍한 정신으로 생각없이 17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자신의 약점을 찾아 꼼꼼하게 6시간 공부하는 것이 실력향상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이 공부하기보다는 확실하게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세요. ‘머릿속에 공부한 내용이 풍부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다’와 ‘오랜 시간 공부를 했다’는 절대 같은 뜻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역시 문제만 기계적으로 많이 풀어나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문제에 익숙해지거나 요령을 터득하는 데에는 좋겠지만,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려고 하면 실수가 늘고 이것이 버릇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더군다나 머릿속에는 거의 남지 않지요.

문제는 수능과 가장 유사한 문제를 꼼꼼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집을 따로 푸는 것보다는 수능 기출문제와 평가원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완벽히 소화할 것을 권합니다. 그게 모자라면 교육청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다른 문제집에 수만 문제가 더 있다고 해도 그 많은 것들은 전혀 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거의 기출문제 위주로만 공부했는데도 정말 아무런 어려움이나 문제가 없었습니다. 많이 하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점수만 차곡차곡 올리시면 됩니다.

5. 마치며

대입 결과가 수험생을 영원한 승리자나 패배자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부할 열정과 동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노력한 만큼 뿌듯한 결과를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가 뭉쳐있는 입시라는 관문을 미소 지으며 유유히 통과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찾아오지 않습니다. 즐거운 삶을 포기하고 자신을 쥐어짜내며 닦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수험생으로서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지는 자신을 보며 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장래의 내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그려보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느낀다면 말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행복하세요!

 

출처 : http://www.megastudy.net/event/2010_sugi/pop_0323.asp?MemId=edosyncrasy

1. intro
2012년 2월 2일 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간 서울대학교 입학처.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이 기대를 품고 결과를 찾는 중인지 합격 결과를 나타내는 배너는 오랜 시간 응답이 없었습니다.
꽤 오랜 기다림 끝에 화면에 뜬 글자는 "합격"
5년 간 정말 꿈에서나 그리고 그리던 서울대학교의 입학을 허가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옆에서 같이 지켜봐준 누나 역시 같이 소리를 지르며 순간의 기쁨을 최대로 만끽하였습니다.
바로 부모님께 드린 전화. 좋은 일은 바로 말하면 안된다며 한번 정도 속임을 주는 저희 집의 관례(?)대로 풀죽은 연기를 하려 했으나 흥분되고 감격한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지 어머님은 바로 알아채셨습니다.

"아들, 축하하고 너무 고맙다."
그러나 감사 인사를 드릴 쪽은 저였습니다.
5년 간 4번의 실패 속에서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주신 존경스럽고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님.
그동안 너무 죄송스럽고 고마웠지만, 합격하고 마음껏 말씀드리기 위해 아껴두었던 감사 인사를 전화상으로나마 마음껏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너무 죄송했고, 고마웠습니다.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대학가서 더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날 밤 저는 그동안의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을 반추해보며, 늦게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2. 실패의 기억

지난 5년간 제게 겨울은 가혹한 시련의 계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수능 점수, 수험기간동안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 요행을 바라고 넣은 대학으로부터의 불합격 판정, 부모님께 대한 죄송스러움 등등..
돌이켜보면 당연하고, 이유가 있는 실패였지만 괜히 분해 하늘을 원망하고, 얄궃은 운명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수 때 서울 소재의 중상위 대학을 합격했음에도 비교 내신으로 서울대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3수를 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실패를 한 뒤에 시작한 4수마저도 만족할 성적을 얻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패의 원인은 다음 장에서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SKY가 너무도 가고 싶어 상대적으로 수능 점수대가 낮은 서울대와 고려대의 체육교육과에 도전하고자 마음 먹고 팔자에도 없던 운동을 했습니다.
몇 년간 앉아서 공부만 했던 터라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꽤 열심히 준비했고,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가,나,다 군 모두 불합격이었습니다.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3수 실패했을 때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절망감이 온 몸을 감싸왔습니다.
그 때의 심정을 이해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꿈이라면 제발 좀 깨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웃긴 얘기지만 tv를 보면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명문대는 아니라도 남들 갈 때 다 같이 대학에 가고, 군대를 전역해서 연애도 하고,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추억도 쌓고...
제게는 이미 많이 멀어져 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
사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20대 초반이
아무 성과없이 물거품 처럼 스러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제게는 선택할 선지가 몇 가지 없었습니다. 군대를 가느냐, 1년 더 하느냐, 아니면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하느냐..
그 당시 전 닥치는 대로 책을 읽거나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빈 종이에 끄적거리곤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실패한 이유를 적어보자.
하나하나 적다보니 정말 많은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3. 나의 실패 원인 찾기

사람은 누구나 약점 혹은 문제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얼마나 잘 극복해 내는가에 따라 개인 간의 성적 혹은 길게는 미래의 성공여부까지 엄청난 차이가 생깁니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반성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문제 될 것은 없는가를 따져보는 것은 성공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극복하는데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환부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생활 습관이나병력 등 병의 원인이 될만한 것을 우선적으로 물어본 후 처방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제가 생각한 실패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⑴ 목표를 잘못 설정했다.

⑵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실천력도 없었다
-언젠가부터 귀찮다는 이유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하였다. 결국 비 능률적인 학습과 과목별
밸런스 조절 실패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⑶ 나를 이기지 못하고, 타협의 대상으로 삼았다.
-힘들다는 핑계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땐 놀아야한다는 핑계로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불안할 때는 단지 모의고사 점수로 위안을 삼으며 실력도 없으면서 수능은 대박나겠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⑷ 반성을 하지 못하고, 합리화만 했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해야 했는데, 그저 자기 합리화에 급급했다.

⑸ 친구
-수험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을 알지 못하고,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어울렸다.

⑹ 게으름, 실천력 부족
-수학 단원 정리해보자! 라고 생각 하면서도 어느 정도 하다가 양도 너무 많고, 하면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에 어느 정도
하다가 접어버렸다. 체계적인 정리로 내 것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했는데..

⑺ 잠
-잠을 이기지 못했다. 정말 평소에 졸음이 많이 왔고, 결과적으로 공부시간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⑻ 컴퓨터, TV
-집에 가면 바로 TV나 컴퓨터부터 켰다. 결국 늦게 까지 자지 못하고, 다음날 잠에 취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⑼ 복습을 하지 않은 것
-수업을 듣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그저 귀찮고, 복습할 시간에 1문제 더 풀지 하는 미련한 생각으로 복습을 하지 않았다.  

⑽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모든 것에 기울인 관심과 행동들.

제가 실패 원인이라고 꼽은 것은 어떻게 보면 저의 나쁜 근성, 못된 습관으로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도‘성공’이라는2글자와 친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작별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안고서 서울대라는 대학을 목표로 삼았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에 전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제 인생의 성공을 위해 모든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마지막으로 1년더 도전해보기로 결심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뒤, 2월 3일 산속고시원에 들어가 수도승이 산속 암자에서 수행을 하듯 5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기.

목표 없는 삶은 방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가죠.
하지만 그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허무맹랑하다면 혹은, 방향 설정이 잘못되어 올바른 행동을 유인하지 못한다면 목표설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패한 원인 중에 첫번째로 꼽은 것이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입니다.
저는 실패 당시 전과목 1등급 정도만 맞으면 왠만하면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모의고사 쳐서 잘 나오면 제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구요.


하지만 실제로 올 1등급이 나온다 해도 서울대학교는 커녕 연고대도 입학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현역일 때는 등급제였으므로 등급이 중요했지만,
그 다음 년도부터 표준 점수제로 바뀐 이후 각 영역의 득점에 등급내의 차이가 생김으로써 원점수가 중요해 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12학년 수능을 준비하면서 세운 첫번째 목표는 전 영역 만점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장에서 100점을 위한 공부와 1등급을 위한 공부의 차이점을 말씀드리겠지만, 이 목표는 제 수험생활에 매우큰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로 세운 목표는 수능 전날 '이정도면 됬다. 나는 서울대에 입학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라는 생각을 절로들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할아버지를 감동시켜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모님이나 주변의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열심히 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만족하시도록 하는 것은 실제로 열심히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제 자신을 감동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제가 무슨 일을 하고 마음가짐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능 전날엔 항상 1년 간 한 일 중 잘못한 일이 눈에 선명하게 떠올랐고,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또한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고, 스스로에 불만족한 상태로 시험을 치다보니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자신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제가 세운 목표를 향해 후회없이 내달릴 때 가능합니다. 따라서 제 자신만 감동시킬 정도로 한다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 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5. 100점을 위한 공부란?
우선 제가 이전에 목표로 삼았었던 1등급을 위한 공부에 대해 알아보자면,

-1등급을 위한 공부란
①시험의 난이도를 평가하고, 문제의 질을 신경씁니다.
②1등급, 2등급 커트라인에 얽매어 있습니다.
③1등급에 속하면 안심하고 ->자만하고 ->태만해집니다
④만일 100점이라도 맞으면? 게임 끝난 줄 압니다. '이정도면 수능도
   잘 칠거야'
⑤문제를 감으로 풉니다.
⑥답을 맞추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⑦틀린 문제는 별표치고 1번정도 다시 봐주면 됩니다.

-하지만 100점을 위한 공부는 다릅니다.
①시험의 난이도나 문제의 질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직 내가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②1등급 커트라인 따윈 관심 없습니다. 모의고사 100점도 관심없습니다. 오직 원하는 것은 수능시험의 100점짜리 성적표입니다.
③100점을 맞더라도 모르는 것을 찾는데 주력합니다.->모르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내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④모의고사는 단지 실전 감각을 익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을 집어주기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⑤문제를 근거를 통해 풉니다
->감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객관적 근거와 증명과정을 통해 답을 ‘도출’ 합니다.
⑥틀린 문제는 내 것이 될 때까지 5번이고 10번이고 반복합니다. 틀린 문제는 나를 강하게 만듭니다.

결국,
-1등급을 위한 공부는 100점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서 100점은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죠. 또한 진정한 실력향상을 가져다
주지 못해 당연히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하지 못합니다.
(모의고사에선 1~2등급 찍다가 수능날 3~4등급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진정한 실력의 배양이 되지 못한데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100점을 위한 공부는 120점의 실력을 배양하게 만들고, 100점에 수렴하는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성공은 100점을 위한 공부를 할 때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100점을 위한 공부는 쉽게 말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하나라도 더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둥바둥 몸부림 치는 것입니다.

6. 100점을 위한 공부를 위해 : 100점을 위한 마인드 확립

- 100점을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전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 노력과 반복 학습이 요구됩니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학습량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간부족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공부가능시간을 늘리는데 주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공부에 관련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몸에 체화되면 공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실천은 힘들어 보입니다. 저 또한 많은 수기들을 봤고,
공부에 미쳐본 사람들의 증언을 '감상'만 했지 실천한 적이 없었기에 제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대단한 사람들의 모습과 제 모습의 괴리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공부를 하게 된 과정은 정말 자연스럽게 이루어 졌습니다.
개략적으로 과정을 써 본다면,
①올해는 수능 전 영역 만점을 받자는 목표를 세웠다.
②기본 생활계획, 생활수칙, 하지 말아야 할 것, 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을 정했다
③나에게 부족한 부분과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강의를 정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듣고,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을연구하였다.
④생활계획과, 생활수칙에 따라 생활하고, 고칠 부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반성했다.
⑤생활 부분에 있어 비효율적인 부분을 고치고, 나에게 가장 알맞은 공부시간대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⑥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면 1차로 1주일간 생활패턴과 시간별 공부과목을 정해서 계획표를 작성한 뒤, 책상 옆에붙이고 매일의 계획의 지침서로 삼았다.
⑦계획에 따라 매일매일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기거나 고쳐야 할 점이
생기면 반드시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였다.
⑧어느 정도 공부의 탄력이 붙기 시작하고, 어느 샌가 내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작년과 비교를 해보고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⑨주변에서도 나를 인정하고, 방해를 하던 사람이 스스로 나를 피하기 시작한다.
⑩100점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⑪힘들다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를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얻을 것을 생각하며
그러기 위해 내가 할 것은 결국 ‘지금’ 공부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고 다시 펜을 잡는다.
⑫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을 느낀다.
⑬절대로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계속 문제점을 찾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100점을 위한 공부가 이런 것이다! 라고 하면서 그것을 강요하고,
하루 17시간 공부를 꼭 해야 된다고 말해봤자 그렇게하지도 못할 뿐더러 말도 안되게 힘들고, 금방 지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금씩 실천해보고, 긍정적 경험이 쌓여 조금씩 얻게 되는 성취감에 취해본다면, 또 그 성취감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최상의 생활 매커니즘을 확립한다면 소위 공부에 미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7.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매커니즘 확립

수험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교재나 좋은 공부방법, 좋은 정보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의 공부 시간이고,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하기 전에 앞에서 말한 뚜렷한 목표와 확실한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들이 없다면 생활 매커니즘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꾸준히 생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100점을 위한 공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전의 것을 확인하고, 정리하며,다시 문제를 풀고 복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같은 진도라도 2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시간이 부족하다고말하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부시간 늘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놀 시간을 줄이고, 딴 짓 하는 시간을 줄이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밥먹는 시간이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처음에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고, 못할 것 같고, 힘들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매커니즘을 찾았다는 의미입니다.

최적의 생활 매커니즘의 확립은 취침시간, 기상시간, 공부시간, 식사시간, 반성시간, 운동시간 까지 생활의 모든 것에 대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간 대와 소요 시간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거기에 익숙하고 편해질 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엄격한 생활 수칙과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이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참고로 제 수험생활의 가장 핵심은 계획표였다고 생각합니다. 계획표는 제 공부 여정의 기록이자 지침이며, 선생이자 친구였습니다.
저의 많은 것을 계획표에 기록했고, 그것을 통해 저를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제 가능성 역시 계획표를 작성하고 실천하면서확인하였고, 자신감과 성공의 확신 역시 계획표로부터 얻었습니다.

경험상 단순히 하루에 자신이 할 과업을 몇 가지 적어 놓고 실행하면 체크하는 정도의 계획은 효과와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제 경우 시간 계획표를 통해 몇 시부터 몇 시는 무엇을 하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지를 모두 정해 놓았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전날에 시간순으로 만들어 놓은 계획표에 적어 행동 사항을 모두 체크하고 반성했습니다.
이렇기 시간을 정해놓고 그대로 빡빡하게 사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고된 수험생활을 편하게 보내는 좋은 방법입니다.
일종의 공부하는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기계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고, 정해진 과업을 실행하는 것은 익숙해지면 정말 편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도 빨리 갑니다. 2,3달이 훅훅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동안 뭘했나 싶어 앞과 옆을 살펴보면 빽빽히 적힌 필기노트들과연습장, 제가 공부한 흔적들이 놀라울 정도로 쌓여있죠.

같은 생활 그것도 빡빡하고 고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처음에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편해지고 싶고, 게을러 지고 싶은 것은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공적인 수험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세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2주 정도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한단계 한단계 밟아 가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8. 고시원 생활의 tip

개인적으로 산속 고시원은 수험생활을 하는데 정말 최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수험생활을 해봤지만,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실천할 수만 있다면 고시원만큼 좋은 환경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 메리트는 차치하더라도,동선이 짧아 쓸 데 없는 시간 낭비가 없고, 하루 3끼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며, 훌륭한 독서실과 독학 재수할 때는 느끼기 힘든경쟁적인 공부 분위기, 한달에 1번이상 모의고사를 칠 수 있는 동아리실 (제 경우 주변의 수능생에게 말을 걸어 같이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좋은 물과 공기, 머리 식히기에 딱 좋은 조깅 코스, 놀 데 없고 친구 없고 혹하는 이성이 없는 등 공부 외적으로 신경쓸 것이 하나도 없는!
모든 재수 테크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는 곳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좋은 환경의 산속 고시원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나요? 분명 그렇진 않습니다.
제가 본 실패 사례들을 말씀드리죠.

사례1. 고시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친해져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

--> 아무래도 산속에서 친구 하나 없이 외롭다 보니 주변의 동무(?)들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공부를 하러와
공통점이 많다보니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그 관계를 쉽게 깨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정해진 시간 계획대로 생활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잠깐 휴게실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2~~3시간 훌쩍 보내다가 하루에 세운 공부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그 날을 망쳐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 후에 잠깐 산책한다는 것이 1시간 이상 훅훅 날라가 버린다면,
잠깐 휴게실에서 야식 먹으려다 TV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좋은 산속 고시원의 메리트가 곧 증발해버리는 것이죠. 무서운 점은 그렇게 보낸 시간이 그다지 치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절대 친구를 깊게 사귀려고 하지 마십시오. 또한 자신의 생활을 방해하는 사람은 냉정하게 멀리 하세요. 외로워서 밥 같이 먹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에 전 혼자 밥 먹으며 단어를 외웠습니다(제가 있을 때는 혼자 밥먹으며 단어 공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의고사 같이 칠 정도로 안면을 트는 것은괜찮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두세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수능 끝난 후에 성공해서 친해지면 됩니다. (대개 수험생활을 같이하며 아무리 친하게 지낸 사이라도실패하게 되면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사례2. 생활이 불규칙하고, 늦잠을 자고 늘어지는 경우

--> 사실 고시원에 들어와 그 초심이 반짝반짝 유지되는 기간은 길게 잡아야 3개월 입니다.(대개 1~2달이면 생활에 적응이 되어 풀려버리죠)
긴장감이 풀리면 늦잠을 자게 되고, 저녁엔 눈이 반짝반짝하여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또 늦잠을 자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몇 번 늘어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생활이 망가집니다. 한 일주일 나태하게 생활하다가 하루 이틀 정도 반짝 정신 차렸다가 다시 슬금슬금 풀립니다.
그런 상태에 빠지면 정말 힘들어 집니다. 산속 고시원의 최대 단점은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관리에 실패할 경우
수험생활의 성공 역시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 위에서 말했듯이 최적의 생활 매커니즘을 확립하고, 시간 계획표 대로 생활해야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매일 반성해야 합니다. 일기 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일기를 통해 하루를 반성하고 고칠점을 적으며 개선할 노력을 끊임 없이 해야합니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 만의 최적의 수면시간을 잡아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에 들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상시간이 아니라 취침시간입니다! 제가 최적의 수면 시간을 잡는 것은 약 2주 정도가 걸렸는데, 다양한 시간에 잠에 들어보고 기상시간을
기록한 뒤 그날의 컨디션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기록 중 가장 괜찮다 싶은 시간대를 잡아 며칠 연속으로 취침을 시도 한뒤 이거다 싶으면
수능 전날 까지 계속 그 취침시간을 유지합니다. 참고로 제 최적의 취침시간은 11시 30분 ~ 40분이었는데 40분을 지나면 거짓말 같이 잠이 안오고, 1시간 이상 뒤척이게되더라구요. 따라서 반드시 11시 30분에 침대에 누워야 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신다면 몇 명의 타겟을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리에서 덜 일어나기 혹은 일찍 나오기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한창 공부가 되지 않을 때 제 옆자리의 학생과 무언의 경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서로를 인정하며 좋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례3. 인터넷, 영화, tv, 스마트폰 등에 빠지는 경우

-->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례2와 사례3의 콤비네이션에 의해 망합니다.
머리를 식힌다는 이유로 한번씩 보다가 혹은 원래의 습관을 끊지 못해 인터넷, 영화 등에 빠지게 되는데 말도 안됩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
그런거 좋지 않습니다. 수능 끝나면 질릴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 중독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눈 딱 감고 극복해보려 했고,
어느 정도 절제하며 비참한 사례3의 남자 n호가 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들고와서는 안됩니다. 방에 컴퓨터가 있는데 성공한 사례는 고시원 내에서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고시원에 검색실과 인터넷 강의실이 있으니 신청해서 들으면 되고, 인터넷 강의는 PMP를 이용하는게 가장 좋습니다.
영화나 TV프로그램 등 역시 금물입니다. 만일 몇 번 보았는데, 끊지 못하겠다 그러면 각서를 쓰십시오. 이거 하면 수능 100% 망한다.
각서 쓰고 피도장 딱! 각서는 꽤 유용한 방법입니다.
또, 스마트폰 가져가지 마세요. 연락 다 끊는게 상책입니다. 가끔 부모님께 연락은 공중전화로 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공부하는데 스마트폰은
절대 필요가 없습니다.

사례4. 외로움, 우울함 등 내적 요인으로 인해 슬럼프가 오는 경우

--> 우선 이러한 원인은 사례1로 빠지는 강력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외부 교류를 간신히 차단했다 하더라도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더 좋지 않은 상태로빠질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결 방법이 필요합니다.

--> 하루에 50분 ~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은 꽤 좋습니다. 막판에 체력이 달리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도 있지만, 운동을 통해 활력을 기르는 것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막는 강력한 처방약입니다. 체력 단련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고, 주변 조깅 코스를 돌면서 가끔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습니다.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 입니다.
또한, 절대 과거나 현재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성공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흐뭇한 공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상이 지나쳐 공부시간을 잡아먹는다면 문제가 있지만 힘들때 가끔 그런 생각하는 것은 엔돌핀을 돌게 합니다.
일기를 쓰는 것 역시 괜찮은 방법입니다. 자신과 대화를 하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 말을 듬뿍해주세요. 일기의 마지막은 항상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말로 마무리 지으시구요^^ 그리고, 슬럼프가 왔을 때 수험생활 초기에 적었던 일기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더군요.
다이어리에 유머나 읽고 싶은 책,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것 등을 수시로 적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 인강 선생님들이 던지시는 소스를 놓치지 말고
차곡차곡 모으고, 힘들 때 한번 씩 보면서 재충전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주의해야할 점과 저 만의 대비책(?)을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고시원 생활에 주의해야할 점이 이것 이외에 더 많겠지만, 이런 주의사항에 대해
제가 그랬듯 스스로 대비책을 만들어보고 극복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계속 뚜렷한 목표의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귀찮게 힘든 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없으며 문제를 극복할 에너지가 샘솟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연지기를 길러보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의기당당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자신을 키우십시오. 세세한 것에 신경쓰고, 스트레스를 느끼면 그 피해는 모두
자신이 받는 것입니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말고 큰 목표만 신경쓰고 그것을 위한 발걸음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스스로를 감동시켰기에..

수능 전날 그동안 쌓인 계획표들을 쭉 훑어보면서 지난 1년 간의 시간들을 감상해보았습니다. 제 한계를 극복한 느낌이었고, 힘든 시간을 꿋꿋히 이겨낸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분명 후회 없는 수험생활이었고, 남은 것은 하늘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의 재수를 했지만 처음으로 너무나 만족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잠에 들었고, 다음날의 컨디션 역시 최상이었습니다.
수험장에 들어서자 역시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믿기로 했고, 무난히 시험을 마쳤습니다.
가채점 결과 언어에서 1문제를 틀렸고, 사탐에서 몇 문제를 틀렸습니다. 비록 목표였던 전과목 만점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유료 입시기관의 분석결과 문과 전국 0.08%대로 분명 꿈에 그리던 성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문과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당당히 장학생으로 입학을 했고, 고려대학교 경영 우선선발, 세명대 한의대 최초합격을 이루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머리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의지도 약한 편에 놀기 좋아하고 유혹에 약한 한심한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였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제가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입니다. 타고난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력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명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진정 올바른 목표를 갖고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같은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연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과정과 결과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아니 그 가능성의 크기는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실천하고 자신을 바꾸어 보세요.
당신 또한 멋진 합격수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반성하며 후회없는 승부를 펼친다면 원하는 결과는 분명 하늘이 가져다 줄 것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음산고시원에서 공부하는 모든 수험생들 꼭 합격하여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출처 : 팔음산고시원>

 

나의 수험생활과 공부 비법 
원희룡 제주지사(1992년 사법시험 합격)

우선 남이 앉아야 할 자리에 대신 앉은 염치 없는 기분이 듭니다만 수험생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시 합격의 목표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계신 수험생 각자의 그 의지와 분투에 경의와 공감을 느낍니다. 만에 하나 제 이야기가 수험생들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짐을 얹을까봐 곤혹스럽기 짝이 없지만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고시에 응시하기까지


저는 1964년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1982년에 제주 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집안은 귤농사를 짓는 넉넉지 못한 살림이었고, 부모님께서는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서울에 와 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운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학교에서 유기정학을 받았었고, 그 이후에는 구로 공단에서 야학활동을 하고 인천공단에서 공장생활을 했었습니다. 학교는 소홀히 했고 경찰의 주시를 받는 가운데 과외교사와 번역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거의 최저수준의 생활을 하고 몇 년간을 운동에 열중했습니다.

휴학을 반복하고 학점이 모자라 입학 한 지 8년 만인 89년에 어렵게 졸업했습니다. 89년경부터 운동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다가 90년에 들어서 개인의 진로를 고심하게 되어 사회에서 구체적이고 안정된 위치를 가지고, 그중에서 경력을 덜 문제 삼는 사법시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수험생활


운동을 하다가 관계를 정리하고 고시 준비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고시공부 기간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었습니다. 그러나 생활만큼은 운동하던 당시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처음 고시공부를 시작했을 때 먼저 고시공부하고 있던 친구들과 후배들의 조언과 격려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작이 늦은 만큼 남들보다 더 공부해야한다는 부담감도 많았지만 최대의 노력과 집중력을 기울여야한다는 각오와 의지가 강했습니다.

거처를 학교 근처로 옮기고 학교 도서관에 아침 7시에 나가 밤 11시까지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생활은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집중상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조그만 생활일지 노트를 마련해서 그날 공부한 시간을 체크하고 집중도와 기분상태도 기록하면서 생활과 공부 페이스를 점검하면서 자기관리를 엄격히 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공부방법을 몰라 교과서 내용을 한글자 한글자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암기하려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조언을 듣고서는 교과서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내용을 떠올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음미하고 정리해보는 식으로 방법의 축을 삼았고, 나의 모든 정신기능이 교과서의 내용 속으로 몰입되어 가도록 노력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좀 무리하게 공부를 했는지 두달정도 지나자 몸이 극도의 만성피로 상태에 빠져 매우 힘들었습니다. 감기도 쉽게 걸리고 한약을 지어먹어도 별 효험이 없어 피로감을 벗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3일씩 철야하고는 몇분 동안 졸도했던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버티려고 했습니다. 그 대신 몸이 너무 피곤할 때는 집에 돌아와 한 시간 정도 잠자고 다시 일어나 이불 위에 엎드려 누워서 경제학이나 문화사의 어느 한 부분을 펼쳐서 읽고는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그날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려 생각해보고 다음날 공부할 부분을 생각해보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몸은 피곤해도 그 날 공부할 내용에 대한 궁금증과 의욕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하루하루의 공부가 연속성을 가지게 되고 그날그날 새로운 의욕으로 출발할 수 있어서 집중도의 유지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에도 머릿속으로는 공부내용을 계속 다뤄보았고, 공부 이외의 다른 생각을 했던 모든 시간을 단 5분이라도 생활일지 노트에 체크하면서 그런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들도 가능한 한 모두 공부한 내용 한 토막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려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일지라도 공부의 집중도와 밀도는 꽤 높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3. 공부방법


그리고 공부 방법에 있어서는 그 과목을 읽을 때에는 전반적인 용어와 내용의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속독을 하고 2회독째 부터는 최대한 정독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나 법리가 나올 때에는 그것이 기출문제이든 아니면 결코 출제 가능성이 없는 것일지라도 몇 시간씩 붙들고서 머릿속에서 그 개념 및 법리의 연관 체계가 명확히 그려질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정리해 보았고, 익히기 힘들면 체크해 두고는 일단 넘어갔다가 읽어나가는 중에 관련된 사항이 나오면 앞으로 돌아가서 서로 내용을 연결시켜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단편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한번 유심히 읽어두는 정도로 하고 반면 앞뒤 관련이 많은 개념이나 내용들에 대해서는 시간을 아끼지 않고 머릿속에 그려질 때까지 음미해보고 연결시켜 생각해보고 암기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2회 정독이 안 된 부분은 3회에는 특히 유의해서 정독하는 식으로 해서 결국 회독수가 늘어 가면서는 교과서 내용 중에서 정독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도록 했습니다. 특히 2차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정독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서 다뤄보고 그려보지 않고, 그냥 눈으로만 읽어서는 책을 덮고 나면 몇몇 단편적인 사항만 기억에 남아있고, 다음 번 회독이 돌아올 때는 내용에 대한 체계는 안 서있고 또다시 단편적 암기의 부담만을 방대하게 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부 방법 면에서는 수험생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기본 개념과 기본 법리에 대해서는 얼핏 보아 쉽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극히 미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수님도 잘 모르고 쓴 듯한 내용들에 대해 의욕을 부리고 그것이 실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식의 생각을 했었고, 미세한 것, 특히 저자의 허점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동료들과 해결될 리 없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착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 그래서 깊이깊이 새겨야 할 것은 기본적인 개념과 법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개념이나 법리에 대해서 이론적인 근거, 정책적인 근거, 실정법적인 근거 등 제반 근거를 생각해보고 그 개념이나 법리가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내용으로 전개되는가, 그리고 어떤 미흡한 점이 있는가 등을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그것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연상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그룹 스터디 경험을 회고해 보겠습니다. 제 경우 1차 시험 준비 기간에 체계적인 그룹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문 나는 것을 서로 이야기해보는 친구나 후배들이 있어서 도움이 됐고 과목에 따라서 외국어 공부를 함께 한다든가, 경제학 모의고사를 시간을 정해놓고 함께 풀어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혼자 공부하면 흐지부지되기 쉬운 것에 대해서만 두 명이든 세 명이든 형식을 갖출 것 없이 간편하게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 준비 기간에는 후배들과 함께 여섯 명이 스터디 그룹을 이뤄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룹 스터디의 내용은 과목 순서와 진도를 비슷하게 잡고 1주에 1회 정도 모의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돌려보는 것을 했습니다. 그룹 스터디의 목적을 각자의 공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실전 답안 작성 연습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둔 셈입니다. 공부 내용에 대한 논쟁은 가급적 피했고 논쟁을 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절제하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직전에 그 내용을 읽고 생각하던 사람은 세부적인 것까지 파고들면서 이야기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감과 초조감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논쟁은 서로 지기 싫어하는 심리와 말꼬리를 잡고 상대방의 주장을 무너뜨리려는 폐단이 있을 수 있어 자칫 각자가 의욕을 엉뚱한 방향으로 쏟을 우려가 있고 마음의 손상을 입을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는 한에서는 가가자 취약부분 보충 기간도 가지도록 하고, 너무 쫓겨서 각자의 스타일과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배려하였지만, 그래도 개성이 다른 여러 사람이 모여서 보조를 맞추려니 각자 나름의 부담감과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4. 슬럼프 경험


단조로운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치고 공부가 마음만큼 진척이 되지 않을 때 슬럼프(침체 기간)가 찾아왔습니다. 생활이 너무나 황량하게 느껴지고 울혈이 가슴속을 짓누르는 것 같고 한없이 외로워 위안 받고 싶고 심한 추락감과 참담한 기분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제 경우는 2차 준비 기간 중 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은 3ㆍ4월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공부 장소도 바꾸어보고 했으나 공부는 진척이 되지 않고, 우울한 기분이 장기간 계속됐습니다. 이렇게 괴롭고 진척이 안 될 바에는 무엇을 위해 고시공부를 하는가 하는 회의와 어두운 충동이 일어 아예 공부를 포기해 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오면서 죽음의 고비도 견뎌냈던 것을 생각하며 아무리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새로운 상황이 온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새기고, 나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참담한 상황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맑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내 정신이 부서지기 전까지는 버티자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공부가 잘 안 돼도 공부를 하면서 견디는 그 순간 순간은 고문을 받은 것처럼 괴롭고 쓰라렸습니다. 가슴에 피눈물이 고였습니다. 마음을 다지고 공부에 겨우 마음이 가다가도 다시 음습한 기분이 슬며시 나를 둘러싸 괴로운 싸움으로 나를 끌어냈습니다.

이런 싸움에 지쳐 맥이 풀리고 멍한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일정 시간 이상 공부를 하면서 버텼습니다. 슬럼프가 나를 괴롭힐 만큼 괴롭히고 나서야 서서히 맑은 집중력이 살아났습니다. 아마 슬럼프가 5월경에 찾아왔다면 저는 결코 합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슬럼프 기간 중에 공부했던 것은 효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저는 아예 회독수에 넣지 않고 별도로 보충 회독을 했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사람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슬럼프가 오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적절한 휴식과 가벼운 기분 전환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슬럼프가 찾아오면 일단 그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1차 대비 기간의 계획이나, 2차 대비 기간의 계획을 세울 때에도 슬럼프 기간이 최소 2주일에서 많으면 한 달 이상까지도 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전체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보통은 그 정도의 슬럼프 기간이 있더라도 보충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그 다음은 어떤 식으로든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기분 전환도 좋겠고 제 경우처럼 무식하게 버티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중요한 것은 자포자기가 돼 생활 패턴과 공부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합격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괴로운 터널에 봉착됐을 때 틀림없고 그 과정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시 생활의 단조로움과 메마름, 압박과 같은 것은 사람이 평상적인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는 생활 형태는 분명히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슬럼프를 자기만이 겪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초조해지기보다는 자신의 인내력과 어둠의 고통을 직면할 용기와 뚝심을 테스트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치러야할 시련, 말하자면 사법시험의 또 하나의 필수 과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경우는 마음의 평정과 생명력을 되찾기 위해 명상도 하고, 학교 뒤 암자에 가서 고요한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버스를 타는 시간에는 음악도 많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그 속에서 처절한 사투와 승리, 만물에 대한 애정과 위로를 담고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괴롭고 어두운 터널에 빠져 있을 때 함께 있어준 스터디 그룹 후배들도 저에게는 큰 자극과 위안이 됐습니다. 아마 이들이 함께 있지 않고 저 혼자였다면 고시생활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5. 1차 대비와 관련하여


우선 생각나는 점은 1차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행 1차 시험 제도는 법 과목 이외 과목의 비중이 높고 공부를 해도 맞출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을 볼 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 1차를 합격해야만 2차 응시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동시 합격을 목표로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지를 냉정히 판단해서 무리라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1차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1차를 합격하고 나면 힘이 붙게 되므로 2차 준비에 집중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응시 경험이 많은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겠지요.

그리고 과목별 방침에 있어서 제 경우는 법 과목은 1, 2차 공통이고 또 공부와 득점이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판단되어, 법 과목 전반은 90점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법 과목 1회독, 2회독은 전반적인 이해 수준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통독했습니다.

아직 과목 전반에 대해 이해 수준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는 각 과목 기출 문제를 검토하면서 공부 방향에 대한 감각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법 과목 외 다른 과목에 있어서, 경제학은 내용에 대한 이해가 확보되지 않으면 득점이 어렵기 때문에 이해 수준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80점 정도로 목표를 낮춰 잡았습니다.

문화사, 국사는 80점을 목표로 했고 전반적으로 통독하면서 암기량을 늘리려 했으나, 점수가 잘 안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법 과목과 선택 과목(제 경우는 국제사법)의 고득점으로 합격 점수를 확보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외국어는 영어를 선택했는데 80점을 목표로 하고 어휘 공부와 문제 풀이로 영어 감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91년 4월에 1차 시험을 치른 결과 최저점수가 문화사에서 67.5점이 나왔고 경제학도 저조했으나 95점의 국제사법, 형법이 점수 나쁜 과목을 보충해 줘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1차 대비와 관련하여 제 경험에 비춰보면 각 과목 내용에 대한 공부는 역시 교과서를 통독하는 것으로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내용에 대한 공부를 문제집에 의존하는 것은 내용의 연관성 없이 단편적 사항을 암기하는 데 머무를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집은 오히려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특히 기출문제를 분석함으로써 교과서의 내용들이 어떻게 문제화돼 출제되는가 하는 유형을 익히고, 교과서 공부의 기초 위에 실전에서 보다 신속히 바른 답을 찾아낼 수 있는 훈련으로 생각하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런 감각을 염두에 두고 교과서를 문제의 저장고로 바라보고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실전 문제는 문제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문제화해서 출제하기 때문입니다.
 


#6. 2차 대비와 관련하여


제 경우는 1차 시험이 끝나고 2차 시험 때까지, 2개월 동안 1차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2차 과목을 열심히 봤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민법ㆍ형법ㆍ헌법 외에 2차 과목을 1회독 할 수 있었고, 2차 시험에서는 합격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1분이라도 더 책을 보고 가서 시험을 치름으로써 2차 시험에 대한 감각을 익히려는 데 목표를 뒀습니다.

합격할 리 만무했지만 이 기간에 1회독 한 것과 2차 시험 4일간을 극한 상태에서 치러본 것은 이후 본격적으로 2차 시험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1차 시험이 앞당겨져서 2차 시험과 간격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 기간에 열심히 2차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공부한 정도가 2차 합격에 턱없이 모자란다고 스스로 생각되더라도 최대한 긴장하면서 공부하고, 4일간의 2차 시험을 있는 힘과 지식을 동원하여 치러보는 경험을 꼭 가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치른 시험에 대해 채점 결과를 놓고 자기의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험생의 취향과 감각 그리고 출제교수의 요구 및 감각과 차이점을 발견해서 객관화된 2차 시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가장 밀도 높은 경험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2차 대비로 교과서 정독이 중요하다는 점은 앞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2차 실전의 출제에 대한 감각을 세워나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은 기출 문제에 대한 교수님들의 채점 평을 주의 깊게 읽으면서 나름의 감각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교수님들이 점수를 주려고 출제했다는 문제에 대해서 수험생들은 한결같이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소위 A급, B급으로 예상문제를 꼽고 만점 답안을 노리는 문제들은 교수님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 예상 문제들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교과서 전반을 가능하면 빠짐없이 정독할 수 있도록 원칙을 잡는 게 좋을 듯합니다. 시험은 수험생들의 그 과목에 대한 이해 및 습득 정도를 측정하는 데 목적이 있고 사실 어떤 문제를 출제하더라도 실력 측정이 가능한 것이며 교수님들은 기본적으로 그 과목 전반을 꿰뚫고 계신 분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몇몇 예상 문제 중심으로 공부하는 게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는 자명해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험생으로서는 문제 구성 능력이 교수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흡하기 때문에 교과서의 목차 제목이나,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를 출제의 단위로 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인접 목차나, 멀리 떨어진 목차에 담겨진 내용을 연관시켜 망라하는 답안을 기대하고 출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부분적인 논점에 초점을 맞춰 출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너무 교과서 목차 단위에 머무르지 말고 내용 면에서 폭을 넓혀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고, 여러 관점이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파고드는 공부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케이스 문제는 앞으로 어느 과목에서든 출제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좋은 문제집이나 자료가 있을 때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의 케이스 해설집들은 교과서 내용 중 특정 목차를 재수록 해놓은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곧바로 실전 케이스 대비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전 케이스는 다양한 많은 논점을 담고 있는 문제들이 출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특히 다각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케이스 문제들을 접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자료가 없는 경우라도 어차피 케이스 문제 답안에 들어갈 내용은 교과서 내용이기 때문에 교과서를 충실히 보되, 교과서 목차와 그 분량 그대로 써내는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문제의 소재를 밝히고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히 쓰고 결론을 맺을 수 있는 압축 훈련이 필요하고, 또 교과서에 산재해 있는 내용들이 하나의 케이스 문제에 논점으로 결합돼 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교과서를 좀 더 광범위한 감각으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답안 작성 요령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일견 단순해 보이는 문제라도 문제 자체의 표현을 통해서 배제하지 않고 있는 범위의 관련 문제나 논점은 출제자가 요구하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서 답안이 망라해야 할 범위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자체에서 배제하고 있는 범위 사항을 쓰는 것은 금쪽같은 시간과 지면의 낭비이고 문제 자체에서 배제하지 않은 범위의 것을 자기가 주관적으로 배제해 버리면 배점된 점수를 받을 길이 없을 겁니다.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고 나면 각 내용들에 대해 균형 있게 다루면서 법률적으로 특히 실익이 있는 사항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답안 내용 면에 있어서는, 서론에서는 출제된 문제가 그 과목 전반의 체계나 아니면 논의의 실익이 있는 문제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출제자가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음을 내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그 과목에서 기본이 되는 보다 일반적인 법리에서 출발하여 최단거리로 출제된 문제의 핵심어로 연결시켜 내고, 문제의 논의가 가진 실익을 지적하고, 문제의 내용이 어떤 체계로 전개되는지 혹은 어떤 사항의 음미, 검토할 것인지를 제시할 것인지를 서술하는 것입니다.

내용 면에서는 서론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속도감 있고 시원스럽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며, 내용을 장황하게 쓰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배분 문제가 심각해지고 산만한 느낌을 주며 문제의 윤곽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에 있어서는 각 논점에 대해 법리나 견해를 서술할 때마다 가능하면 이론적 근거나 정책적 근거, 실정법적 근거(예컨대 조문)를 밝히는 것이 득점을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단 몇 마디로라도 근거를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은 공부가 그만큼 탄탄하게 됐다는 증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평의 여지가 있을 때마다 논평을 가하는 게 좋습니다. 말하자면 일반법리에 대해서는 예외이므로 엄격히 운용돼야 한다거나, 관련 판례가 의미가 있다거나, 입법 정책으로는 어떤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거나, 상충되는 다른 요점과는 어떻게 조화돼야 한다거나 등등, 법 해석, 운영의 방향이나 문제점, 파생되거나 연관되는 문제들과 관련해 음미해보는 이른바 검토 내지 고찰의 시각을 가미할 수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점수가 반드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의 경우는 단순 요약보다는 가능하면 종합적인 논평을 가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여론은 출제된 문제와 관련성이 높은 경우에는 득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론은 별 호응이 없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큰 문제와 작은 문제에 대한 취급에 있어서는 특히 작은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작은 문제를 엉성하게 쓴 경우와 충실하고 풍부하게 쓴 경우의 점수 차이가 큰 문제에서 나는 점수 차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작은 문제들을 잘 쓰는 게 합격에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큰 문제는 한 시간 이상씩 투여하고 문장 토씨까지 신경 쓰면서 쓰는 반면 작은 문제는 대충 쓰는 식으로 되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문제를 큰 문제로 생각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시간 배분이라고 봅니다. 제 경우는 모의고사 답안을 작성할 때마다 마지막 문제는 5분을 남기고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 안배에 특히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3회독 정도가 된 뒤, 공부에 어느 정도 체계가 서고 소화 정도가 높아진 다음에는 초안 작성 시간을 아예 5분 정도로 줄이고 실제 답안 작성 시간을 확보하려 했고, 글씨나 토씨 또는 문장을 구성하는 데 신경 쓰이던 것을 없애고 처음부터 속도감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마지막 문제도 최소한 15분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 실전 4일과 관련해서는 우선 아무리 예상 외 문제가 나오고 망쳤다고 생각되더라도 다음 과목에 신경을 집중하고 절대로 포기하거나 잘못 본 과목에 대해 탄식하지 않는 뚝심이 중요합니다. 저는 92년 2차 시험의 경우 출제된 문제들이 예상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잘 쓴 것인지, 못 쓴 것인지 감이 안 잡히고 한 과목 문제가 펼쳐지기를 기다리는 그 5분간 내가 잘 모르는 문제들만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고문을 당하는 듯한 참담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각 과목 시험 전날 밤에 다음날 과목을 속독하고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반도 못 보고 간 날들이 많았습니다. 시험 벨이 울리기 전에 눈에 넣어두려고 책장을 넘긴 부분들이 적중된 데 거의 없어서 출제된 문제들을 볼 때마다 밑바닥에서 기어오르는 기분으로 문제를 응시해야 했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를 보자마자 폭발적 연상을 확보하기 위해 순간적인 정신 집중에 온 정신을 기울이고는 초긴장 상태에서 답안을 써나갔습니다.

채점 결과는 비교적 충실히 썼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오히려 점수가 기대보다 맞았고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던 과목들이 점수가 높아서 주관적인 기분이 채점자의 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7. 글을 마치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날 저는 명단을 기다리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최선을 다 했는가 자문해보고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대답했습니다. 떨어지면 실력이 부족한 것이니 승복하자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 석자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지만 기쁨은 누릴 수 없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며 고생했고 나에게 위안과 자극이 됐던 스터디그룹 멤버 여섯 사람 중에 두 사람이 명단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을 짊어지고 분투해야 하는 두 후배의 괴로움이 나에게는 가슴을 적시는 애틋함이 된다는 마음으로 두 후배의 강인한 노력을 기원합니다. 풀무질과 담금질을 통해 고통 속에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하늘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련과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특별히 두 사람을 택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찌, 제 후배 두 사람 뿐이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목표를 항해 뼈를 깎는 인고의 과정을 묵묵하게 견뎌내는 많은 수험생들의 그 사연을 제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제 이야기만을 주워섬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행운이 따라서 합격했지만, 그 행운이 한꺼번에 모든 사람에게는 돌아갈 수 없게끔 돼있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곡 이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만간 행운의 차례가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행운이 여러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 차례가 왔을 때 그것을 맞아들일 준비를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그것은 어떤 괴로움과 나태함도 이기고, 어떤 주관적인 자기 합리화나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나날의 생활이겠지요. 모든 분의 건강과 건투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2016 검사의 초상]원희룡 제주지사 사법시험 합격기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어떻게 그 힘들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냐고 묻곤 한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좀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1975년 내가 제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당시는 물론이고, 20년이 거의 다된 지금까지도 내게 묻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칭찬도 반인 것 같고 호기심도 반인 것 같다.

  그런데 그때마다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워낙 오래 전의 일이고 또한 조금은 쑥스럽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혼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흐뭇해진다. 남들보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 공부를 했고 시험에 합격해서 그런지, 내 인생을 되돌아볼 때 사법 고시에 합격했던 그 순간만큼 행복했고 성취감을 느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수험 잡지인 [고시계] 75년 7월호에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라는 제목으로 고시 합격기를 쓴 적이 있다. 이번에 책을 내기 위해 [고시계] 75년 7월호를 어렵게 구해 오랜 만에 내 합격기를 읽어보았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참으로 절망도 깊었고 일도 많았던 고시 공부 시절.....

  어릴 때 쓴 것이라 여기저기 어색한 데도 많고 유치하게 느껴지는데도 있지만, 그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 손보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그 동안 나의 고시 공부 시절에 대해 물어 보았던 분들께 만족스런 대답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 * *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

 

1. 머리에

 

  지나간 일은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인다지요? 산꼭대기에서는 힘겹게 올라온 가파른 산길마저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듯이 말입니다. 또 승자의 과거는 그것이 자서전이든 타인의 작품이든 가끔 신화적으로 수식되어 있음을 봅니다.

  사법시험의 합격, 이것이 긴 여정에서 하나의 중간 목적지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성취와 조그마한 승리로 평가될 수도 있기에, 막상 합격기라는 것을 쓰려 하니 자칫 어떤 승리감에 도취되거나 과거를 돌아보는 낭만적인 기분에 도취되어 힘겹고 괴로웠던 긴 수험 과정의 체험을 스스로 미화시켜 얘기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까 여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졸 합격자라는 다소 특이한 제 입장이 독학도들에게 어떤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둔한 솜씨나마 될 수 있는 한 사실대로 기억을 더듬고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을 살려서 몇 자 쓰고자 합니다.

 

2. 동기 - 꿈을 키우던 시절

 

  나는 경남 진영이라는 읍에서 약 10리나 떨어진 산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형님이 두 분으로, 큰형님은 부산 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고등고시를 준비하였으나, 본래 가난한 살림에 벅찬 대학 공부 때문에 가세는 더욱 기울어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쯤 끝내 응시도 해보지 못한 채 그만두고 말았다.

  당시 나는 형님을 따라 마을 뒤에 있는 봉화사라는 절에 가서 그곳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형님 친구들의 법이론이나 시국에 대한 토론을 자주 듣곤 했으며, 또 형님은 자신의 좌절에서 오는 울적한 심정을 털어놓기를 좋아했던 모양으로 가끔 상기된 어조로 나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물론 나는 그때의 얘기들이 너무 어려워서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으나, 그들의 엄숙한 표정과 격한 어조의 토론은 만만한 젊음의 패기와 이상을, 그리고 격렬한 논쟁의 뒤에 주고받는 소탈한 웃음은 사나이들의 인간미와 호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느꼈고, 이것들이 고시 학도들의 속성이요 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으로까지 생각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는 나에게 고시를 해보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살림은 더욱 기울어 작은형님은 학업을 중단했다. 부모님의 노동 능력은 차츰 줄어갔고, 마침내 최후의 명줄로 남아 있던 조그만 과수원마저 빚에 쪼들려 처분해야 했다.

  나는 3학년이 되면서 일찌감치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5급 공무원 시험을 거쳐 독학으로 고등고시에까지 밀고 나가 보겠다는 결심으로 옛날 형님께서 보시던 누렇게 바랜 [법제 대의]와 [헌법의 기초 이론(유진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해 10월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갔던 형님께서 돌아와 내가 하는 꼴을 보고 크게 나무라시며 진학을 권하셨다. 나도 가정 사정을 들어 고집을 부려 보긴 했으나 끝내 강권에 못 이겨 부산 상고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예순이 넘으신 부모님들의 생활은 아무런 토지의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노동으로 해결하시도록 내버려 둔 채 작은형님이 어렵고 힘든 직장을 전전하며 벌은 돈으로 내 숙식비를 부담해야 했으니, 대학 진학은 아예 엄두도 내어 보지도 못하고 취직반에 들어갔다.

  그래도 역시 막연하게나마 길러 오던 고시에의 꿈을 버릴 수는 없었던지 3학년 말 농협에 취직시험을 치른 후 발표도 나기 전에 65년도 11월호 [고시계]를 한 권 샀다. 고시의 냄새를 알기 위하여.....

 

3. 출범, 그리고 표류

 

  농협에의 낙방에 이어 개인 회사에 취직했으나 생각보다 급료가 박했고 근무 시간이 많았던 것은 고시로 향한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야산 돌밭을 개간하여 심은 고구마와 영세민 취로 사업장에서 내주는 밀가루로 연명하시는 부모님들의 실망을 모른 체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 달 반의 급료 6천원으로 몇 권의 책을 사고 마을 건너편 산기슭에 토담집을 손수 지어 '마옥당(磨玉堂)'이라 이름 붙인 후, '사법 및 행 정 요원 예비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당시에는 학력 제한이 있었다). 책값을 벌겠다고 울산 한국비료 공장 건설 공사장에 막노동을 하러 갔다가 이빨이 3개나 부러지고 턱이 찢어지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용케 11월에는 제7회 예시에 합격하였다.

4개월 정도의 준비로 예시에 합격하는 행운과 함께 이제까지의 나의 처절한 투쟁은 막을 내렸다. 나의 예시 합격에 자극받아 큰형님은 67년에, 작은형님은 68년에 각각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67년에는 법률 서적을 살 형편이 못되어 예비 시험 과목을 새로 공부하고 있다가 68년에는 군에 입대했다. 군에 있는 동안에도 공부를 해 보려고 애썼으나 영어 단어 하나 암기를 못하고 3년을 표류하고 말았다.

 

4. 열풍에 돛을 달고 - 그리고 좌초

 

  71년 제대를 하고 집에 오니 집안 사정은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 4월부터 옛날의 '마옥당'을 수리하여 공부를 시작, 5월 2일에 3급 1차에 합격, 그리고 사법시험으로 전환. 처음 법률 책을 대하니 다소 흥분되기도 했으나 과연 이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을지 더럭 겁부터 났다. 그러나 소설을 읽듯이 마구 읽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겉만 슬슬 핥으니 그럴 수밖에……. 전 과목을 무질서하게 읽었다. 행정법과 상법이 좀 어려운 듯했다. 민법을 모르니 그럴 수 밖에……. 소송법은 전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실체법을 전혀 모르니 그럴 수밖에……. 4개월에 걸쳐 오리무중을 헤매면서 전 과목 3회독을 마쳤다.

  「고시계」를 66년도부터 소급해서 샀다. 그러나 합격기 말고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 동안의 체험과「고시계」합격기에서 읽은 것을 정리하여 얻은 것은 책을 읽는 순서 정도였다. 이리하여 민법을 먼저 읽고 상법과 행정법에 들어가고 실체법을 먼저 읽고 소송법에 들어 간다는 순서를 정하여 9월부터 시작했다. 새로 읽으니 과거의 3회독은 간 곳 없고 전혀 새로 읽는 기분이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시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10월에 14회 공고가 났다. 외면하려 했으나 자꾸만 들떴고 마침내는 고시 사상 최단기 기록을 목표로 하여 무작정 덤볐다. 문제 집을 샀다. 1차의 합격은 나의 이러한 만용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젠 문제집마저도 내 나름대로 밑줄을 긋고 그 부분만 골라 읽었다. 8개월 정도의 준비로 2차 시험에 응했다.

  시험장에서 고향의 중학교 후배를 만났다. 사법시험 준비는 나보다 훨씬 선배였다. 나의 공부 기간을 듣고는 "전 과목을 한 번 다 보지도 못했겠네요?"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자신이 무시당하는 기분에 저으기 분개하면서 우습게 받아 넘겼다. "두고 보라지……. "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는 막강한 뱃심이었다. 이런 뱃심으로 시험에 응했다. 기막히게 더 잘 썼다. 내가 아는 건 다 썼고 또 아는 건 그 뿐이었으며 집에 와서 책을 대조해 보지도 않았으니, 기막히게 잘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점수는 50점 얼마였다.

  뒤에 읽어보니 문제집에 밑줄을 그어 두었던 부분이 모두 엉터리였다. 다른 색깔로 새로 밑줄을 고쳐야 할 형편이었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응시자를 젖히고(?) 과락 없이 300명 선 안에 들어갔으니 다음에는 틀림없을 거라고 또 한 번 낙관했다.

  그러나 발표 후 5-6개월을 이유 없이 허송했다. 제대 후 공부도 시작하기 전부터 마을 처녀에게 마음을 뺏기기 시작하여 상대방의 단호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열을 올리게 되고 8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추근거려 1차 시험 직전에야 겨우 처녀의 마음을 함락시키고는 안도했는데, 이제 그녀가 결혼 적령을 넘었다는 사실과 고시와 연애는 양립할 수 없다는 중론 사이에서 그녀와 나는 고민의 연쇄반응을 일으켰고, 또 이틀이 멀다 하고 만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애정의 열도에 비례하여 공부를 위한 시간에의 집착이 강하여 심리적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9월에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장유암이라는 절에 들어갔다. 국사의 추가로 부담이 늘었지만 시험이 연기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 '수석 합격'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73년 1월에는 예년의 시험 대신에 그녀와 결혼했고 5월에는 아들도 낳았으나 나는 여전히 절에서 계속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 그런데…… 글쎄 정말 이럴 수가! 그렇게 끔찍이도 나를 아껴주시며 자신의 못 다한 소망을 나에게 걸어 꿈을 키워 주시던 큰형님이 5월 14일 교통사고로 저 세상으로 떠나 버리셨다. 한 줌 잿가루로 화해 버린 형님의 유해를 고향에 묻고 절로 올라 올 때는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이제부터 전혀 공부도 되지 않았다. 단지 타성에 의하여 책장을 넘기고 있는 동안에도 마음은 삶과 죽음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과 고시와 출세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 형님의 꿈 그리고 나의 꿈, 어떻든 고시는 필연적이었다. 15회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40여일 뿐, 차츰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책을 읽기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며 답답해지는 알지 못할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보따리를 싸 들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아직 산고가 풀리지 않아 부자유스러운 아내와 핏덩이 신걸이,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비탄……. 공부가 될 리 없으니 병은 점점 더해지고……. 수석 합격이라는 화려한 표어와는 달리 응시조차 포기하고 싶은 것을 부모님의 시선이 두려워 마지 못해 상경하였으나, 시험 첫 날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 무엇이 치밀어 올라 우유와 계란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그래도 기를 쓰고 책을 볼라치면 몸에서 식은 땀이 배어 나왔다.

「고시계」의 통계란에 따르면 결과는 90위 정도, 정리만 잘하면…… 하는 자신을 얻은 셈이었다.

 

5. 새로운 좌표 - 직업 의식

  그러나 좀 쉬어야 했다. 책을 잡기만 하면 예의 증세가 나를 괴롭혔다. 고시를 그만둘까도 싶었다. 학교 성적이 우수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고시를 해야 할 필연적 이유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도 되었고,법을 공부하면서 차츰 정의의 이념을 배워 가는 동안 '고시=권력=출세'라는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등식이 우스운 것임을 느끼게 될 무렵 형님의 뜻 아닌 타계는 예시 과목의 철학 개론을 공부하면서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해 오던 삶의 의미를 보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맹목적 출세주의와 ' 그 수단으로서의 고시'라는 과거의 생각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상고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진로를 찾기는 어렵고 하여 고시를 그만두지는 못했다. 다만 이제는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배수의 진은 거두어 버리고, 하나의 직업인이 자기의 생각에 충실히 종사하듯이 고시 공부도 평범한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려 했다. '수석 합격'이라는 표어 대신에 '천직 =소명'이라 써붙이고, 숙소를 마옥당에서 집으로 철수하여 직장에 출퇴근하는 기분으로 낮에는 마옥당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여유가 있을 때만 공부하기로 하였다.

  아기가 울면 달래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아 채우고 밤이 늦도록 아내와 정담을 나누며 잠을 덜 자면 이튿날 낮잠을 잤다. 그러나 가슴과 목의 증세는 쉽게 낫질 않아 16회 시험까지는 부담 없이 쉬었다. 16회 시험도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응시한 정도였고 성적은 15회보다 내려 130위 안팎으로 생각되었다. 17회 준비 1년간은 정말 순조로웠다. 절에 있을 때 만들었던 독서대의 실용 신안 특허 출원 관계로 9-10월에 조금 쉰 것 말고는 가금 아내와의 대판으로 선풍기 목이 부러지거나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활극이 연출되기도 하는 가운데에도 예전과 같이 재미있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10월 하순부터는 풀었던 긴장을 바짝 조여 이때부터는 아내가 들 건너 마옥당까지 점심을 날라다 주었고 잠은 여전히 집에서 잤으나 신걸이가 잠들기 전에는 우리 방에 못 오게 하고 책을 보았다.

  그러나 17회 때에도 역시 정리가 다 되지는 않았다. 단지 다른 어느 때보다 정리 기간이 착실했으니 훨씬 낫겠지…….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신문 기자들이 수석 합격자 인터뷰하러 올 테니 당신도 피력할 소감 한 마디 준비해 두지 그래."하고 허풍을 쳤다. 건강은 좋았고 시험은 순조로웠다. 집에 와서도 역시 출발 전의 호언장담을 되풀이했다. 3월 27일 아침 먹고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어 진작부터 낮잠에 들어갔다. 꿈결에 "무현아! 무현아!"하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 그도 뒷말을 잇지 못했고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아내는 내 무릎에 엎드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형님! 지하에서도 신문을 보십니까? 아버지 어머니도 형님 생각에 자꾸만 우십니다."

 

6. 더하고 싶은 이야기

  공부 방법, 책의 선택, 공부 장소, 독서 방법 등에 관한 문제는 각각 제 것이겠지요. 그래도 일반론이 있다면 이미 많은 선배님들의 합격기가 말한 것과 나도 같습니다.

그래서 제 특이한 입장에 관한 것과 또 제가 따로 하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제 경험을 예로 들어 쓰렵니다. 다만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얘기하는 것은 객관성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마는, 어느 정도 참고는 되리라 믿습니다.

 

1) 독학에 대하여

  응시자 중에 4년제는 물론 초급대학에도 안 간 사람들만을 독학도로 계산해도 그 수는 600명을 넘는데, 이 수는 서울대 출신 응시자 800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임에도 합격자 수는 수년만에 하나씩 나올 뿐으로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이런 점을 보면 대학교에는 꼭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로 경제 사정과 연령이 문제인 것 같으나, 경제 문제라면 요즘 일부 사립 대학에서 고시반을 편성하여 학비는 물론 숙식 일체까지 밀어 준다고 하니 오히려 독학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벼울 것이다. 연령 문제도 생각 나름이 아닐까?

 

2) 그래도 구태여 독학을 하겠다면 독학도들의 고시 합격률이 지극히 저조한데 반하여 대학 출신자 중에는 법대 출신이 아니고도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고 17회에는 수석 합격자가 공대 출신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연유하는 것이겠으나 나는 이 점을 대학에서 얻게 되는 일반 교양 과정의 지식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과거 예비 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법서를 살 형편이 못되어 군에 입대하기까지 1년간을 예시 과목의 책을 그대로 읽었고 이것이 제대 후 법서를 공부할 때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이런 점에서 학력 제한이 철폐된 오늘의 제도보다 과거의 예비 시험 제도가 보다 합리적인 제도가 아닐까?

흔히 독학도들은 소위 공부 방법이나 수험 정보, 고시 기술론, 고시 분위기 등에 생소함을 걱정하게 되나 그런 점은 고시 잡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험 기간 중 많은 사람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누어 보았으나, 수험 잡지의 합격기나 좌담회, 통계 기타 안내편에 나오는 이상의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3) 병역 문제

  군에서 공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한다면 일찍 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현역 복무 중 가는 세월을 한없이 초조하게 생각했으나, 마치고 나니 부담이 없어 좋았고 또 졸병 생활 자체가 하나의 수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험 과정 중에 필요했던 끈기 있는 자세는 군에서 몸에 익힌 바 큰 것이었다.

 

4) 연애와 결혼

  처음 8개월에 걸친 일방적 구애 작전은 시간과 정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그러나 일단 결혼한 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아내의 세심한 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점심을 가지고 올 때면 언제나 따라오는 개구장이 신걸이의 재롱은 식사시간을 즐겁게 해 주었다. 붉은 낙조를 바라보며 집에 건너오면 또 반겨 주는 신걸이의 고사리 손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깨끗이 잊게 해 주어, 나는 침체기를 몰랐고 따로 휴식이나 기분 전환 거리가 필요 없었다.

애타는 애인들 있으면 결혼들 합시다.

 

5) 건강

  절대적 조건임은 두말 할 것 없고 다만 공부로 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보다 초조, 불안 등의 심리적 파탄에서 오는 손실이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것이다.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생각이나 출세에의 지나친 집착, '최단기' '수석합격' 등의 욕심은 사람을 견딜 수 없이 초조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하나의 직업인이 성실하게 직장에 임하듯 수험 생활에 임했더니 장기에 걸쳐 장소를 옮기지도 않고 공백 기간도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바꾸고도 곧잘 대성하더라. 일정시까지 안되면 직업을 바꾸면 그만이다. 여하튼 다소간의 긴장은 필요하겠으나 지나친 긴장 불안 초조는 금물이다.

 

  또 며칠을 허송했다 하여 갑자기 초조해지고 그를 보상하겠다고 급하게 열을 올리고 무리를 하는 것은 잇달아서 또다시 며칠의 침체와 시간의 낭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다.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아까워도 깨끗이 잊는 것이 좋다. 장기전에서의 며칠의 허송은 그리 문제되 지 않는다. 나는 최종 정리 기간에도 부부 관계는 억지로 금욕하지는 않았다.

여하튼 나는 이런 느슨한 자세로 공부했다. 그러나 결코 남보다 노력을 덜하지는 않았다. 보통 10시간은 넘게 공부했고 일단 책상에 앉으면 무서운 집중력을 구사했다. 머리가 혼란해지고 잡념이 생길 때에는 책을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 책을 떠나면 고시는 깨끗이 잊었다. 이런 느슨하면서도 투철한 자세는 확고한 직업관에서 왔다고 생각되지만, 또 합격에의 신념으로 보완될 때 더욱 안정적이라 생각된다.

 

<출처 : http://gongsin.com/zbxe/1168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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